영하 40도 러시아 오지, 코미족 마을에 불어온 K팝 한류 열풍의 비밀

 

   끝없이 펼쳐진 설원,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땅. 문명의 이기가 닿지 않는 러시아 우랄 산맥 최북단, 인구 200명의 작고 고립된 마을 예레메예보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우랄 산맥 자락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코미족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은커녕 휴대전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이 오지마을에서, 뜻밖에도 한국 문화, 한류에 대한 뜨거운 관심, 특히 K팝 열기가 발견되었습니다. 과연 이 머나먼 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혹한의 땅에서 살아가는 코미족의 지혜: 전통 방식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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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사람들의 삶은 자연의 리듬과 혹독한 혹한의 환경에 맞춰져 있습니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강 위에서 150년 전 방식 그대로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습니다. 여름과 가을에 대량으로 잡아 저장해둔 물고기가 주식이지만, 때로는 신선한 물고기를 맛보기 위해, 혹은 얼음이 녹기 전까지 필요한 만큼만 잡기 위해 얼음낚시에 나섭니다. 잡은 물고기는 자연이 선사한 천연 냉장고, 눈 속에 파묻어 보관하며 겨울 내내 신선하게 즐깁니다. 코미족의 지혜가 엿보이는 생존 방식입니다.  

 

영하 40도를 이기는 코미족의 집: 페치카와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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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샤의 집을 방문하면 혹한을 이겨내는 또 다른 지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집안을 훈훈하게 데우는 것은 바로 러시아 전통 난로 '페치카'. 두꺼운 장작을 때는 비결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자작나무 껍질에 있습니다. 덕분에 장작은 금세 타오르며 집안 전체에 온기를 퍼뜨립니다. 놀랍게도 이 오지마을에는 수도 시설이 없습니다. 영하 40도의 추위에 수도관이 얼어 터지기 때문이죠. 대신 집집마다 깊은 우물을 파고 펌프를 이용해 물을 길어 올립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코미족의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 오지 마을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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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세 번, 마을의 우체국은 가장 활기를 띱니다. 우편 트럭이 도착하는 날이면 사람들은 연금이나 실업 수당을 찾고, 신문을 받아보거나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모여듭니다. 우체국은 은행이자 상점이며, 외부 세계와 이 오지마을을 이어주는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합니다. 마을에 단 하나뿐인 공중전화 역시 불편함 속에서도 주민들의 소통을 돕습니다. 코미족 사람들은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코미족의 뿌리와 문화를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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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샤는 아이들과 함께 마을 박물관을 찾아 코미족의 뿌리와 역사를 되새깁니다. 북유럽 핀란드계에서 갈라져 나와 우랄 산맥에 정착한 이들은 뛰어난 손재주로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미샤는 마을 설립자의 후손으로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을 사람 대부분이 친척 관계로 얽혀있어, 근친혼을 피하기 위한 나름의 규칙도 가지고 있습니다. 혹한의 땅에서 고립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지만, 그들의 유대감과 전통은 강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생계와 희망을 잇는 전통 사냥

 

   코미족에게 전통 사냥은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입니다. 샤샤는 대대로 사냥꾼 집안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가르쳐준 방식으로 덫을 놓고 동물을 잡습니다. 한때는 국가적으로 장려되기도 했고, 이곳의 모피가 유럽에 수출될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모피 가격 하락과 엄격해진 규제로 인해 전통 사냥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샤샤가 사냥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의대 진학을 꿈꾸는 딸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전통 사냥은 생계 수단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이기도 합니다.  

 

영하 40도 오지에 불어온 뜻밖의 K팝 한류 열풍

 

   취재 마지막 날 밤, 놀라운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마을에서 차로 3시간이나 떨어진 곳에서 소녀들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 오지마을에 한국 취재진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단지 한국 사람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에 먼 길을 달려왔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들의 관심은 한류, 특히 K팝 아이돌 그룹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터넷도 제대로 되지 않는 혹한의 땅에서, 한류는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소녀들은 직접 그린 그림과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건네며 수줍지만 뜨거운 팬심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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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 40도의 혹한 속, 세상과 단절된 듯 보이는 오지마을 예레메예보. 그곳에서 만난 코미족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강인하게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전통 사냥얼음낚시, 페치카 등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뜻밖의 한류 열풍문화의 힘지리적 장벽을 넘어 얼마나 멀리까지 퍼져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였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말하는 '낙원'은 불편함 없는 편리한 세상이 아니라, 서로에게 의지하며 고유의 문화를 지켜나가는 바로 이곳일지도 모릅니다. 러시아 코미족 마을에 불어온 따스한 K팝 바람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습니다.